이 학교에 올해 처음 왔고, 베이스 활동을 하는 학교가 있다는 이야기는 들어봤지만 내가 근무하는 학교에서는 한 적이 없어서 정확히 어떻게 진행하는 지 몰랐다..고맙게도 운동회 업무 담당이 동학년이기도 했고, 우리 학년 부장님이 재작년에 이 베이스 활동의 토대를 만드셨기 때문에 두 분에게 베이스 활동에 대해서 모르는 게 생길 때마다 물어봤다.
내가 파악한 바로는 각 베이스 활동에 참가하면 승패에 상관없이 스티커를 받는다. 그리고 질서를 잘 지켰을 때에는 질서 스티커를 받는다. 1부 활동이 끝나면 활동표를 모두 수합해서 조별로 모은 스티커 갯수를 합하여 가장 많이 모은 1,3,5학년 조에서 남녀 각각 3팀, 2,4, 6학년 조에서 남녀 각각 3팀을 시상한다. 아이들에게도 이 점을 알렸다. 꼭 상을 받기 위해서라기 보다는 이왕 잘 하고 상을 기대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기때문에 이기려고만 하지 말고 최대한 질서를 잘 지키면서 다양한 활동을 하도록 전달했다.
아이들은 2년전에 했었기 때문에 게임의 종류를 어렴풋이 기억하고 있었다. 아이들이 제목만으로도 활동의 방법을 아는 것도 있었지만 , 활동 설명을 보지 않으면 이해가 어려운 베이스 활동도 있었다. 그래서 자료로 받은 베이스 활동 방법을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설명을 했다. 그리고 운동회 이틀 전에 4쪽 인쇄를 해서 조장들에게 나눠주고 게임 활동을 익히고 부조장에게도 전달하라고 이야기했다. 운동회 전에 기회가 있을 때마다 조장과 부조장의 역할에 대해서 강조를 했다.
각 조에 5학년이 2-3명이 속해 있어서 조장 1명, 그리고 나머지 5학년은 부조장 역할을 주었다. 조장과 부조장은 1학년과 3학년이 말을 잘 듣지 않아도 잘 타일러서 데리고 다녀야 된다고 이야기를 했다. 운동회 전 날 한 녀석이 동생들이 말을 안 들으면 때려도 되냐고 물어봤다. 그래서 선생님께서 너희들이 말을 안 들으면 어떻게 하시는지 생각하고 행동하라고 그랬다. 본인들은 할 말이 없을거다.
운동회 날이 되었다. 1부 놀이마당이 시작됐다. 각 베이스는 담당 교사와 학부모들로 구성된 명예교사 4명이 맡았다. 내가 맡은 베이스는 '구슬치기'였다. 명예교사 어머님들께 베이스 운영에 대해서 알려 드리고 나는 그 앞에서 아이들을 관리했다. 우리 베이스 근처를 지나가는 아이들에게 구슬치기를 했는지 확인하고 안 했을 경우에는 구슬치기를 하도록 안내를 했다. 바로 옆에는 '신발 던지기'코너가 있었는데 그 곳과 우리 베이스를 살펴보면서 옆에 신발 던지기 코너에 기다리는 줄이 없으면 구슬치기에서 기다리고 있는 아이들에게 먼지 신발 던지기를 하고 오도록 안내했다. 가능한 아이들이 많은 베이스 활동을 경험하게 하기 위해서 아이들이 기다리는 시간을 줄이도록 도와줬다. 그런데 어떤 베이스 담당 교사나 명예교사들은 마치 호객행위를 연상케하는 행동을 했다. 우리 쪽으로 오는 팀이 있어서 그 팀에게 구슬치기를 했는지 물어보고 있는 도중에 다른 교사가 와서 자기네 베이스를 해야한다고 또는 자기가 가르쳤던 학생이라며 애들을 끌고 갔다. 담당 교사가 그러니까 명예 교사들도 덩달아서 지나가는 아이 또는 다른 베이스에서 기다리고 있는 아이들까지도 아무런 양해나 설명없이 조장의 손목을 붙잡고 자기네 베이스로 끌고 갔다. 참 어이가 없었다.저 사람들은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겠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같은 교사인데도 교육적 목적과는 상관없이 일단 내가 맡은 베이스에 아이들이 많이 오는걸 중요하게 생각했다.
베이스 활동의 목적이 무엇이었지? 아이들에게 서로 협동하며 다양한 베이스 활동을 경험하게 하는 것 아니었나?
각 베이스가 돌아가는 모습을 살펴보니 160개가 넘는 조들 중에 80%정도는 그 베이스에서 활동을 하게 되어 있다. 굳이 지나가는 아이들을 붙잡을 필요가 없었다. 나는 우리 베이스에 기다라는 조가 있으면 바로 옆이나 근처 활동이 비었는지를 보고 거기 먼저 가서 하고 오라고 안내를 했다. 그리고 베이스 활동 시간이 끝날 무렵에는 지나가는 조의 활동표를 보고 안 한 활동이 있으면 무엇인지를 체크하고 내가 파악한 베이스들의 상황에 대한 정보를 주었다. 베이스 활동 구역이 운동장, 테니스 코트, 주차장 그리고 실내 체육관인 해오름관이기 때문에 운동장 이외의 곳에 있는 베이스 활동을 마무리 했는 지를 확인해주었다.
내가 이해한 베이스 활동에서의 교사의 역할은 아동들이 가능한 다양한 베이스를 참여하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나부터 머리 속에서 각 베이스의 위치가 그려져있어야했었고 내가 맡은 베이스 주변의 상황을 파악하고 있어야했다. 주먹구구식으로 베이스 활동 여기저기를 기웃거리는 것보다 계획을 세우고 동선을 정해서 베이스 활동을 하는 것이 아이들이 배울 수 있는게 더 많았다.
1부 베이스 활동은 잘 끝났다. 점심을 먹고 2부 어울마당을 했다. 2부 어울마당은 우리가 원래 알던 운동회 방식이다. 청군과 백군을 나뉘어 학년별 경기와 개인 달리기, 학부모 경기 그리고 운동회의 하이라이트인 학년별 계주로 구성됐다.2부 어울마당은 잘 끝났다.
1,2부 순서가 모두 끝난 후 1부 베이스 활동에 대한 우애상 시상이 있었다. 스티커를 가장 많이 모은 팀을 학년별 남녀 각각 3팀을 뽑아서 시상을 했다. 1,3,5학년에서 우리 반이 남녀 각각 1,2위를 차지했다. 나도 깜짝 놀랐다. 우리 반이 그동안 5학년에서 잘하는게 별로 없었기 때문에 큰 기대는 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한 편으로 운동회를 하기 전에 아이들에게 사전 교육을 했던 것이 주효했었나보다 생각하고 기분이 좋았었다.
운동회가 모두 끝나고 정리를 한 후에 회식을 하러 가는 길이었다. 어떤 선생님이 나에게 대뜸 "솔직히 말해봐. 스티커 몇 개나 줬어?"라고 물어봤다. 나는 처음에 질문의 뜻을 이해하지 못했었다. 무슨 말씀이냐고 다시 물었다. "애들한테 스티커 몇 개나 더 줬냐고. 나는 솔직히 말해서 애들한테 스티커 더 줬어. 그래도 3등밖에 못했잖아."라고 말씀을 하셨다. 나는 떳떳하지 못한 방법으로 애들에 상을 받게할 생각이 없었다. 차라리 정정당당하게 꼴찌를 하는게 더 낫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스티커같은건 주지 않는다고 말씀을 드렸다. 그 분은 더이상 나에게 질문을 하지 않았다. 두고두고 기분이 나빴었다. 그 선생님께서 어떤 목적을 가지고 교육을 하시는지 궁금해졌다.
한편으로 나는 어떤 방향으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고 가르칠지 생각을 정리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든 나는 정직한 아이들이 되도록 나의 제자들을 가르치고 싶었다. 그리고 옳지 않은 일을 거절할 줄 아는 단호함과 용기를 가지는 아이들로 가르치고 싶었다. 편법을 쓰지 않아서 실패를 하더라고 주저않지 않고 바른 방법을 사용해서 이 세상을 살아가는 아이들로 가르치고 싶었다.
다음 주에 출근해서 트위터 타임라인을 체크했는데 우명자 사모님께서 다음과 같은 트윗을 남기셨다.
어두운 상황속에서도 '정신을 '지키고 하나님께서 주신 사회적 책임을 성실하고 지혜롭게 구별되어 지켜야하는게 나의 사명이라는 걸 알았다. 지난 금요일의 일도 내가 정신을 지켰기 때문에 기분이 불쾌했던 거고 앞으로도 '정신'을 지키며 아이들을 지도해야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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